성에꽃​ 최두석 외, 겨울시모음, 겨울비 시모음, 비에 관한 시, 좋은시모음, 좋은시구절, 감성시, 좋은글귀 (2024)

[블챌] 주간일기 챌린지

성에꽃​ 최두석 외, 겨울시모음, 겨울비 시모음, 비에 관한 시, 좋은시모음, 좋은시구절, 감성시, 좋은글귀

조와 북앤톡 2022. 11.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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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대한철물목재

비 소식 있는 월요일 아침~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완연한 겨울~

따뜻한 겨울 맞으시길~^^

ㅡ김사인

가는 비여 가는 비여

가는 저 사내 뒤에 비여

미루나무 무심한 둥치에도

가는 비여

스물도 전에 너는 이미 늙었고

바다는 아직 먼 곳에 있다

여윈 등 지고 가는 비

가는 겨울비

잡지도 못한다 시들어 가는 비

가만히 좋아하는 저자 김사인 출판 창비 발매 2006.04.26.

성에꽃

ㅡ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가 금지된 친구여.

성에꽃 저자 최두석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1990.12.01.

심심한 하루

ㅡ김용택

배추 뽑고 무 뽑고

빈터에 마늘 갈고 짚 덮으니

비 온다 비 온다 비가 와

웬놈의 겨울비가 이리도 자주 온다냐

사람들 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고

노란 짚에

후두두후두두

빗소리 시끄럽다

빈 마루에 심심하게 서서

닭이 울고

심심한 겨울산 바라본다

텅 빈 길 하나가 산속으로 가다

어디로 가버리고

모두 서서 비 맞는다

주머니에 손 찌르고 서서

산도 나무도 강도 논도 밭도

모두 심심하게 비 맞는다

봄비 오면 따뜻해지고

가을비 오면 추워진다는디

내일부터는 추울랑가

이 비가 눈으로 바뀔랑가

길이란 길엔 사람 하나 안 지나고

아, 세상이 다 심심하게 비 맞는다

이 심심하디심심한 가을비 하루.

강 같은 세월 저자 김용택 출판 창작과비평사 발매 1995.02.01.

맨드라미

ㅡ김사인

꺾인 맨드라미여

허리 꺾인 맨드라미여

청 좋은 나훈아가

서운히도 돌아서던 돌담길이다

대추나무 퀭한 가지 너머

하늘은 잿빛으로 얼어붙었다

잘리다 만 모가지이냐

꺾인 허리여

잿간 구석 던져진

몽당비만도 못하다

한 시절 눈부시던 선홍의 볏이

피흘리며 흙바닥을 쓰고 있구나

파장 뒤 굴러다니는

헌 신문지만도 못하다 저 목덜미,

저 목덜미 적셔

겨울비 하염없고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맨드라미

가만히 좋아하는 저자 김사인 출판 창비 발매 2006.04.26.

ㅡ권지숙

해는 지는데 나뭇가지에서 떨고 있다

가야 할 길과 지나온 길을 지우며 등 구부려

가야지 가야지

찢긴 플래카드처럼 낙심에 떨며

차가운 낮달 사이로 흩뿌리는 겨울비

머리 기댈 마른 잎 하나 없는 굴욕의 빈 가지 위에서

저 무한천공 갈 길은 아직 먼데

감기는 눈 치켜뜨며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지

온몸 쪼아대는

오래 들여다본다 책 저자 권지숙 출판 창비 발매 2010.12.27.

겨울비

ㅡ도종환

아침부터 겨울비 내리고 바람 스산한 날이었다

술자리에 안경을 놓고 가셨던 선생님이

안경을 찾으러 나오셨다가

생태찌개 잘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선생님은 색 바랜 연두색 양산을 들고 계셨고

내 우산은 손잡이가 녹슬어 잘 펴지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낡고 녹슨 게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셨다

툭하면 끌려가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땐 이렇게 찢기고 갈라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가장 큰 목소릴 내던 이가

제일 먼저 배신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철창 안에서도 두려움만 있는게 아니라

담요에 엉긴 핏자국보다 끈끈한 어떤 게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겁이 많은 선생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보다 중도가 좋다고 하시면서

안경을 안 쓰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시면서

낮부터 '처음처럼'만 두병 세병 비우셨다

왼쪽에서 보면 가운데 있는 이를

오른쪽에서 보고는 왼쪽에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월이

다시 오고 추적추적 겨울비는 내리는데

선생님 옛날이야기를 머리만 남은 생태도

우리도 입을 벌리고 웃으며 듣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은 없는데

주말에는 눈까지 내려 온 나라 얼어붙는다고 하는데

[창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시선 333) 저자 도종환 출판 창비 발매 2011.11.01.

겨울 들판

ㅡ임길택

겨울비가 내리는 속에

아버지와 버스를 타고 갔다.

들판엔 보리밭도 보이고

빈 논도 보이고

마늘 논도 보이고

잎 벗은 실버들 가로수도

봄이 머지않았다

말하진 않았다.

논 가운데 부려 놓은 두엄 더미도

겨울비를 맞으며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있었다.

나 혼자 자라겠어요 저자 임길택 출판 창비 발매 2014.09.06.

목장갑 한 켤레

ㅡ김명수

굴다리 안 빈터

철조망 가에

목장갑 한 켤레가 걸려 있다

찬 비가 내리는 시장을 지나가면

굴다리 산동네 언덕이 다가서고

그 남자

칠년째 쓸쓸하던 일자리는

망우리 정거장 앞

저탄장이었다

굴다리 안 빈터

철조망 가에

목장갑 한 켤레가 걸려 있다

그 남자가 매장되던

그날 오후에도

겨울비 그대로 젖어 있던 목장갑

누구 하나 아무도 걷어가지 않고

몇며칠째 그대로 찬 비에 젖고 있다

<삼양사보 1984>

우리들의 사랑가1

ㅡ김해화

지쳐버린 사랑 속까지

차디차게 눈이 내리고

못 믿을 빛깔로 쌓인 눈과 눈 사이에

퍼붓던 겨울비

영하에서만 맴도는 살림을 적시면서

끝끝내 새벽은 오지 않을 듯이 깊어가던 밤

추운 가슴 속에

숨이 막히게 떠오른 얼음덩이를 건져내면서

죽자. 죽자. 술을 퍼먹었다가는

그래도 살아야지. 눈을 떠보면

수없이 술을 끊으면서

골병과 속병을 이기고 되살아나던 우리들.

뼛속까지 스민 추위 속에서도 얼음박이지 않고

뜨겁게 깨어난 손. 비록

철근을 굽히고 망치를 휘두르던 일터는 빼앗겼지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러는 고깃배라도 타러 여수로 가고

탄광을 찾아 화순으로 가고

"형님, 봄 오믄 우리 꼭 다시 만납시다.

노가다판에서 만나 눈뜬 인생들

노가다판에서 끝장을 봐야지라."

봄을 기다리면서

끝끝내 찾아올 새벽을

뜨거운 노동을 기다리면서

끝내는 눈물로

우리는 우리들을 사랑하였네.

우리들의 사랑가 | 김해화 시집 | 창작과비평사 | 초판 | 1991년 저자 김해화 시집 출판 창작과비평사 발매 1991.01.01.

겨울

ㅡ정지용

빗방울 나리다 누뤼(우박)알로 구을러

한 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ㅡ정지용,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겨울

ㅡ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람이*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라미

달랑달랑

얼어요.

*다람이 : 두름. 시래기, 고사리 등을 엮은 것.

민들레 피리 저자 윤동주 출판 창비 발매 20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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